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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을 치른 후 예비역이 써보는 수능 모의고사 수기
지금까지 수능과는 거의 연이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군대 전역 후 인생 첫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다.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본 것도 중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다. 고등학교 국어, 수학, 영어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고,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밖에서 공부한다면 전역할 때 굳게 다짐했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것 같았다. 마지막 수능 체제에서의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높이 세웠기에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았고, 조금의 할인 혜택이 있는 용인이강기숙학원에 들어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1. 힘들었던 국어
1월, 처음으로 작년 수능을 직접 풀어봤을 때는 30분을 초과하고도 간신히 73점을 맞았다. 아무래도 인생 첫 국어 시험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인강도 들어보고 주변 선생님들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일단 많이 풀면 실력이 늘 것이라고 생각해 무지성 양치기식 공부를 계속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3월 교육청 시험이었다. 시험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비문학만큼은 다 맞자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70점 초반.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심지어 비문학을 문학보다 더 많이 틀렸다. 그때부터 무지성 양치기나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배웠던 구조도를 그려서 이해를 이끌어 내는 방법도 일단 내려놓고, 단순히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비문학 지문 하나를 한 시간씩 붙잡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원 기출을 3회독 정도 돌리고 나니 어느 순간 정말 뭔가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비문학은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비문학을 해결하고 나니 이번에는 문학이 문제였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특강도 들어보고, T 95%인 나에게 공감 능력을 부여해보겠다고 시도 많이 읽어봤지만, 6모 때까지도 독서에 30분을 쓰고 문학에 35분을 쓰는 기적의 시간 분배는 여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수능 문학은 비문학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같은 반 친구의 소개로 그러한 방식을 가르쳐준다는 ㅁㅎ론이라는 강좌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강좌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몇 강만 듣고 학원에서 진행하던 특강과 국어 수업도 모두 끊었다. 그리고 수능 문학을 비문학처럼 읽는 것을 목표로 계속 혼자서 적용해봤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진행하다 보니 정말 수능 문학은 공감 능력이 엄청나게 필요한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시오패스만 아니면 풀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이번 9모에서는 연계의 도움도 있었지만, 문학을 20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국어 공부의 본질은 결국 방법과 체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방법을 모르겠다면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국 성적을 올리는 것은 자신의 독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내가 글을 이해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성적도 올라갈 수 있다.
2. 수학을 게임으로 대응하다.
수학은 양치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학원에 들어온 뒤 처음 두 달 정도는 기출문제를 계속 풀었던 것 같다. 시간은 꽤 오래 걸렸지만 문제를 계속 풀면서 조금씩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 학원 선생님께서도 수능 수학은 결국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풀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도 계속 문제를 풀면서 다양한 상황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그런데 내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학원에서 진행했던 6모 전 특강이었다. 그때 오셨던 선생님께서는 수능 수학의 본질을 결국 퍼즐 게임이라고 설명하셨다.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교과서적인 풀이보다,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이용해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교과서적인 풀이도 당연히 익히되, 그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풀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6모에서는 시험이 많이 쉬웠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40분이 남은 상태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수로 한 문제를 틀리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개념 자체는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그 개념을 어떻게 하면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꺼내 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내가 알고 있는 풀이와 사고방식을 체계화하려고 노력했고, 이번 9모에서도 10분 정도를 남기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계산 실수를 줄이면서도 더 빠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수능 수학의 본질은 결국 퍼즐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정직한 교과서적 풀이를 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고집하면 오히려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점수를 깎아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 영어는 국어처럼
처음 학원에 왔을 때 모든 과목이 힘들었지만, 영어는 정말 심각했다. 20번대 문제를 풀 때도 한 문제에 10분씩 걸리고, 그렇게 오래 고민하고도 틀리는 역대급 영어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부족한 영어 단어를 꾸준히 외우고 독해 연습도 계속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간신히 2등급에 걸치는 실력까지는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영어 1등급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실력을 올릴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스킬을 배우는 것보다 영어 자체를 국어 비문학처럼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앞에서 길러놓았던 비문학 독해 실력이 영어 공부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영어를 단순히 영어 문제로 보기보다는 결국 하나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니 훨씬 수월해졌다. 덕분에 이번 9모에서는 도표와 44번 문제를 실수로 틀렸음에도 다행히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4. 탐구, 과목 변경으로 돌파하다.
사실 처음부터 생명과학Ⅱ를 선택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때 생명과학 개념을 조금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생명과학Ⅰ을 선택했다. 그런데 4월 더프를 치고 나서 생명과학Ⅰ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귀류식 사고를 많이 요구한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생명과학Ⅱ로 전환했고, 그때부터 개념 강의를 계속 들었다. 킬러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6모를 쳤는데, 물론 시험 자체가 쉬웠던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이전에 킬러문제를 풀어본 경험 없이 킬러 문제를 꽤 잘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대로 생명과학Ⅱ를 계속 공부했다. 그 이후에는 개념 공부와 킬러 공부를 병행했고, 이번 9모에서는 그래도 47점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생명과학Ⅱ에 신경을 많이 쓰느라 지구과학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지구과학도 꾸준히 공부하면서 두 과목 모두 놓치지 않는 방향으로 공부할 생각이다.